움오름교회<유년의 부활절> 손희락배고팠던 어린 시절 십자가 빛나는 삶은 계란 햇볕 드는 책상 위에 모셔 놓고 노란 병아리 탄생을 기도했었다 졸린 눈 비비며 몇 번씩 확인하며 껍질 깨지기를 기다렸다는 것은 부활에 대한 확신을 가진 증거이지만 긴 세월, 예수를 믿었어도 그때의...
움오름교회<유배된 시인> 신현림괴롭고도 큰 나이구나 서른셋 슬픔으로 슬픔을 해탈할 나이 서른셋 서른세 번의 봄이 와도 몸은 시베리아일 수 있느냐 물항아리에 잠긴 세상과 내 얼굴을 꺼내 읽고 그것이 한다발 시의 심장으로 피게 나는 긴 밤으로 유배돼왔다. 일생은 가슴에 횃불 하나...
움오름교회<밥그릇> 고영민밥하던 아내가 포개진 밥그릇이 빠지지 않아 나에게 들고 왔다 그릇이 그릇을 품고 있다 내 안에 있는 당신의 아픔 당최, 힘주어 당겨도 꼼짝하지 않는다 물기에 젖어 안으로 깊어진 마음 오늘은 저리 꼭 맞았나 보다 한번쯤 나는 등 뒤에서 너를 꼭...
움오름교회<봄꽃> 정세훈보송보송한 땅에서만 살아간다면 봄꽃이 아니지 따뜻한 곳에서만 피어난다면 봄꽃이 아니지 때로는 꽁꽁 얼어붙기도 하고 때로는 겨울 찬바람 불기도 하고 그런 곳에서 살아 그런 곳에서 피는 거지 겨울이 지났다고 혼자서만 피어난다면 봄꽃이 아니지. 봄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