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오름교회<콩알 하나> 김준태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 할머니의 구멍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 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 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움오름교회<장미를 생각하며> 이해인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움오름교회<하얀 민들레> 조미자이제는 짐을 줄여야 할 나이 날아갈 듯 가벼워야 하리라 버릴 것 찾아 창고를 뒤지다 마주친 전기밥솥, 점잖게 앉아 있다 보름달처럼 둥실한 몸통에 앉은키도 의젓한 십인 용 그만은 해야 두 애들 도시락에 남은 식구 점심이 되었지 오로지 취사와...
움오름교회<어머니의 기도> 이해인낡은 기도서와 가족들의 빛 바랜 사진 타다 남은 초가 있는 어머니의 방에 오면 철없던 시절의 내 목소리 그대로 살아 있고 동생과 소꿉놀이하며 키웠던 석류빛 꿈도 그대로 살아 있네 더웁고 고달픈 세월에도 항상 희망을 기웠던 어머니의 조각보와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