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오름교회<되돌아보니> 조남명수없이 넘어지며 서둘러 달려올 것도 아니었어 길옆에 뭐가 있는지 볼 새 없이 앞만 쳐다보며 올 것도 아니었어 행복 같은 건 나중에 누려보자고 미루어 가며 올 것도 아니었어 천천히 세상을 돌아보며 가버린 세월을 품고 와도 되는 거였어
움오름교회<늦가을 흰나비> 정유경코스모스, 구절초 다 지고 난 늦가을 들녘을 날아다니는 흰나비는 참말로 배고프겠다. 새파랗게 시린 가을 하늘을 파라랑파라랑 넘어갈 때 꽃잎인 듯 떨리는 흰 날개가 서럽기도 하겠다.
움오름교회<견디다> 천양희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황새와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는 낙타와 일생에 단 한 번 울다 죽는 가시나무새와 백년에 단 한 번 피우는 용설란과 한 꽃대에 삼천 송이 꽃을 피우다 하루 만에 죽는 호텔펠리니아 꽃과 물 속에서 천 일을 견디다...
움오름교회<그 사람의 손을 보면> 천양희구두 닦는 사람의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창문 끝을 보면 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