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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움오름교회

소낙비 - 정재규






생각조차 메마르게 바싹 죄어오는 무더위가 힘에 겨울 때 아무도 모르게 살짝 오기를 수없이 기다려도 비는 오지 않는다. 내리쬐는 햇빛에 축 들어진 나뭇가지와 타들어가는 풀잎들, 쉬지 않고 소리를 질러대는 매미도 하늘을 향하여 한 줄기 비가 오기를 기다려도 무심한 폭염만 땅위를 달군다.


아무리 하늘을 뚫어져라 보고 또 보아도 비올 날씨는 아니다 다행히 일기예보는 비를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믿든 말든 남태평양에서 올라오는 열대성 저기압에 의해 한 때 소낙비가 내린다고 한다


오, 비여! 굶주린 사자마냥 아무도 모르게 산 속 깊이 숨어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해 주고 싶은 듯 갑자기 구름이 올려와 어두워지고 대지는 흙 내음을 쏟아내며 군중 속에 뒹군다. 기다리던 비, 소낙비다 길가의 나무들은 낮게 엎드리고 황급히 내달리는 군중들 속에 소낙비가 큰 소리를 내며 내달린다 하지만 단거리 육상 선수마냥 있는 힘을 다해 뛰어보지만 잠시 그뿐, 하늘은 다시 햇살을 띄우며 번개 같이 소낙비를 거둬들인다.


지나는 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말문을 닫는다 순간의 희망이 속절없이 햇빛으로 변해버린다 삶의 희망이 소낙비처럼 끝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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