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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움오름교회

불꽃으로 지다

평생을 정원사로 살았던 아버지가 있습니다. 단순한 정원사가 아니라, 수많은 관찰과 선별을 통해 육종한 숙근초로 정원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 아버지는 딸이 자신의 대를 이어 정원사가 되길 바랬고, 딸은 그 뜻을 이어 아버지가 만든 정원을 관리하다 마지막 생을 다했습니다. 그 정원이 다름아닌 독일에서 유명한 ‘칼 푀르스터 정원(Der Karl-Foerster-Garten)’입니다.

독일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뜻깊은 이 정원은 늘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옵니다. 그 정원을 만든 칼 푀뢰스터(Karl Foerster)의 딸 마르안네가 방문객들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책을 썼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질문들, 정원의 식물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 답하기 위함입니다. 책 이름은 <내 아버지의 정원에서 보낸 일곱 계절>입니다.

그 책에 보면, 칼 푀르스터(1874-1970)가 생전에 가장 많은 품종을 육종한 것이 ‘풀협죽도’라고 합니다. 그분이 얼마나 풀협죽도를 사랑했으면 “풀협죽도를 모르고 산 인생은 실수 정도가 아니라, 여름에 대해 죄를 짓는 것이다”라고까지 말했을 정도입니다. 독일에서는 풀협죽도를 ‘화염꽃’이라 부릅니다. 풀협죽도의 속명인 ' 플록스(Phlox)'도 그리스어(헬라어)의 '불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데 줄기끝에 모여서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 매우 정열적입니다. 꽃 말 또한 ‘내 가슴은 정열에 불타고 있습니다’라고 하니 능히 ‘화염꽃’ 이라 불릴 만합니다.

96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여 년 동안 포츠담 보르님(Bornim)에 머물며 정원을 가꾸었던 칼 푀르스터가 생전에 남긴 말 한마디가 큰 울림이 되어 돌아옵니다.


“나는 다시 태어나고 또 태어나도 정원사가 될 것이다.”

...


우리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일을 하겠다는 그 마음으로 우리의 일을, 현재의 길을 걷고 있습니까? ... <미스터 션샤인> 의 대사 한 마디가 문득 떠오릅니다.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하오. 불꽃으로...” -소의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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