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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움오름교회

“바보같은 사람들”

스위스 제네바에 거주하던 스페인 출신의 사업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국가들을 상대로 인수 합병을 추진하던 유력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겐 한국출신의 아름다운 아내와 갓 태어난 예쁜 딸이있었습니다. 그가 어느 날 사업차 모국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 변호사가 부정한 정부관리와 모의해 그를 정부모해행위와 사기죄로 감옥에 넣고 말았습니다. 스페인 내 있던 그의 부동산을 비롯한 모든 금융자산은 압류되고 동결되었습니다.

정부관리는 모든 재산에 대한 포기각서에 서명만하면 풀어주겠다고 했지만, 억울했던 그는 끝내 거부한 채 오랜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갑자기 남편이 연락이 되지 않자 부인이 수소문해 겨우 찾아갔지만, 남편은 가족 보다는 빼앗긴 재산과 배신자에 대한 적개심에 투쟁의지만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제네바로 돌아온 부인은 그날부터 2가지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하나는 끝없이 찾아오는 빚쟁이들의 요구였고, 다른 하나는 갓난아이와 자신의 생계였습니다. 법에 밝았던 주변 사람들이 얼른 남편과 이혼하고 파산신청서를 내라고 권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거짓말하는 것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부인은 죽어라고 일해서 빚을 갚아갔습니다. 한국관광객을 대상으로 여행사를 운영하며 직접 가이드를 뛰었습니다. 새벽같이 김밥을 말고, 도시락을 싸서 팔았습니다.

하루 4시간 이상 자는 것은 부인에겐 사치이고 게으름이었습니다. 그렇게 십 수 년을 한결 같이 살았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빚을 갚았습니다. 현재 일흔을 넘긴 부인은 제네바 시에서 제공하는 임대아파트에서 평온한 삶을 지내고 있습니다. 레만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호텔 테라스 까페에서 언젠가 그분과 커피를 마실 때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열심히 일했고, 정말 열심히 갚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직도 신용카드를 쓸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가 뭐라고...’라고 생각하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분에게 신용카드는 ‘신뢰를 다하기 위해 산 삶의 결과요, 사회의 보증’이었습니다. 그날 부인이 신용카드로 사주신 커피는 이 세상 그 어떤 커피보다도 맛난 ‘생의 커피’였습니다. 바보스럽게 살아온 사람의 향기였습니다.

이런 바보스런 사람이 주변에 또 있습니다. 친구의 사업보증을 선 대가로 십 수억을 십여년 째 갚아오고 있는 부동산 소장입니다. 보통 부동산하는 사람은 무언가 사람을 언근 속이는 부류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근데, 이분은 5년째 알고 지내지만 참 남다릅니다. 낮에는 부동산 일을 보고, 저녁부터 새벽 2-3시까지는 대리운전을 365일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중 이 분과 건물임대 일로 같이 다녔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온 그분과 함께 양재동 주변 걸을 때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저 어젯 밤에 엄청 횡재했습니다. 상계동까지 대리운전했는데, 3만원 받았습니다.”

웃음 띤 얼굴로 3만원을 이야기하는 그분에게 제가 물었습니다.

“대표님, 부동산 일을 하시면, 한번에 뭉치돈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럼, 매일 대리운전해서 받는 1만원, 2만원 등이 시시하지 않습니까?”

저의 질문에 그분이 진지하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니요! 제게는 1만원, 2만원씩 받는 그 돈이 더 큰 돈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밤에 일하지 않고 친구들 만나 술 마시면 하루 저녁에 10만원은 그냥 날라갑니다. 근데, 일을 하면, 그 돈은 저금이 되고, 또 5만원씩 버니 한달에 400-500만원이 벌리는 셈입니다. 이게 얼마나 큰 돈입니까!”

그러면서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빚을 거의 다 갚는다고 합니다. 해맑은 그분의 말에 가을 저무는 햇살마냥 붉은빛이 제 얼굴에 물들었습니다. 그렇군요. 세상은 이런 분들 덕분에 맑게 빛나는 군요. 바보같이 사는 이런 분들 때문에 그나마 살만 한거군요.


-소의걸음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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