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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움오름교회

"그래, 가보자~"




순례길 마지막 - Santiago! 묵시아(무히야), 또 하나의 'km 0,000' 표지석이 있다. 곧바로 드는 생각, 우리나라였다면 원조 논란이 뜨겁게 일었겠구나... 표지석 뒤에는 깨어진 두 돌조각이 세워져 있다. 모세를 통해 하나님께서 행하신 기적과 더불어 인간의 겸손을 배우라는 뜻인가... 땅끝에 선 사람, 그야말로 끝까지 내몰린 사람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묵시아(무히야)의 끝엔 교회가 세워져 있다. 과연 교회는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을 품고 다시 소생할 힘과 삶에 대한 애착, 그리고 살아갈 소망과 용기를 주고 있는가?

… 중략 …

그동안도 여러 차례 언급했듯, 사실 힘들지 않는 날은 없었다. 마치 쉬운 인생, 힘들지 않는 삶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렇다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힘듦'이 강조되어선 안된다. 사실 많은 분들께서 힘든 것을 걱정하며 괜찮은지를 묻는다. 8백킬로를 배낭을 메고 힘들어서 어떻게 걷느냐고... 하지만 힘듦에 방점을 두었다면 아예 이 길을 걷지 않았겠지. 아무리 연습을 하고 걷기에 자신이 있어도 같은 곳에 물집이 서너번씩 생기고, 발목이 붓고, 무릎이 아픈 것을 막을 수는 없었으니.


어쩌면 우리 삶에서도 눈물과 아픔, 고통과 상처, 고난과 어려움 등 누구나 원치 않는 것들이지만 피할 수는 없는 것처럼. 그러니 힘듦이 아니라 그것을 떠밀려서가 아닌 자신이 선택한 것인지, 어떻게 맞이하고 받아들이며 살아내는지, 힘들지만 괴롭고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자유함 가운데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행복을 누리는지, 그렇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아름답지 않을까? 그러니 힘듦이 아니라 이것을 묻고 돌아보아야겠지. 어떠한 길, 어떠한 삶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지 걸어가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겠지. vamos! 가보자~ 살아보자~ 이제부터 또다시 시작될 나의 삶, 나의 길, 나의 까미노를...


-임승호의 ‘산티아고 걷는 길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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