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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움오름교회

광인(狂人)의 세상

공자가 제자와 길을 걷다 나무 뒤에서 몰래 똥을 누는 남자를 발견하 였습니다. 공자는 그 남자를 크게 꾸짖으며 다시는 몰래 똥을 누지 말라고 혼을 냈습니다. 남자는 의롭지 못한 행위를 부끄러워하며 "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또 길을 가는데 이번엔 길 한복판에 똥을 누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공자는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러자 제자는 궁금하게 여겨 물었습니다. "나무 뒤에서 몰래 똥 싸던 남자는 뭐라 하시면서 왜 길 한복판에 똥 눈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십니까?"

그러자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몰래 똥을 누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부끄럽다는 것을 아는 행위다. 그런 사람을 꾸짖으면 개선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대놓고 길 한복판에서 똥을 싸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니 꾸중도 교육도 필요 없느니라. 그런 사람을 불러놓고 꾸짖거나 화내봤자 되려 똥이 묻을 것이다." -맹자(孟子)의 4단(四端) 중 羞惡之心(수오지심) .......................................................................................................................................................................................................................... 한 인간이 평생을 실수 한번 하지않고, 잘못 한번 없이 사는 일이 어찌 있겠습니까? 때로 넘어지기도 하고, 자빠져 무릎이 깨지기도 하면서 다들 살아가는 거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실수하고, 잘못할 때 자신을 기민하게 조정하고 교정해 가야지요. 이럴 때 필요한 마음이 수오지심(羞惡之心)입니다. 오류 앞에서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입니다. 이것이 있을 때 비로소 바로서 갈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상실한 것 같습니다. 한 두 명이 아닌 사회의 병리현상같습니다. 자기 눈 속의 대들보를 보지 못하면서, 다른 이의 하루살이를 꾸짖고 나무라는 이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여 수천억의 부당이익을 얻고도 정당했다고 항변하는 뻔뻔한 이... 도무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맹자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이들은 그냥 사람이 아니라,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슬픔과 안타까움이 내려앉는 ‘광인(狂人)의 세상’입니다. 시인 윤동주가 말하던 ‘잎새에 이는 바람’은 아니라 해도 부끄러워 할 줄 아는 가을이고 싶습니다. ‘광인(狂人)의 세상’이 아닌 ‘사람 사는 세상’이고 싶습니다.


-소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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