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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움오름교회

봄이 일찍 오는 불길한 슬픔

-이희일(영화감독)




통상 온도가 섭씨 1도가 올라가면 봄꽃이 4.1일 정도 일찍 핀다고 한다. 산업혁명 이전보다 대략 한달 정도 봄꽃이 빠르게 피고 있다.

인간들은 사진을 찍으며 봄꽃을 반기지만, 망가진 에코 시스템은 인간의 눈길 밖에서 정처없이 배회하고 있다. 꽃은 일찍 피지만, 기온 상승에 적응하지 못한 벌은 뒤늦게 당도한다. 벌과 곤충같은 수분매개자가 필요한 과실수들에게는 불길한 소식이다.


그리고 가뜩이나 벌과 곤 충의 1/3이 멸종되었거나 멸종되는 가운데, 꽃을 잃어버린 곤충들에게도 좋지 않은 소식이다. 오랜 세월 함께 진화해온 시간의 역사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벌, 곤충, 새와 같은 동물들에게도 생존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당연한 비보다.

또 꽃이 일찍 피고 잎이 일찍 나오면서 나무들의 생장 기간이 전체적 으로 길어지고 있는데, 이는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대수층까지 고갈되는 상황에서 이 소식은 앞으로 더 많은 나무들이 죽어나갈 가능성을 뜻한다. 식물은 물을 빨아들여 다시 공중으로 내뿜는다. 대기의 흐름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과학자들은 기후혼돈의 가능성을 높이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더 나아가, 꽃이 일찍 피면 수시로 나무와 작물들이 냉해를 입게 된다. 프랑스의 포도나무에서부터 한국의 과실수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이른 봄 때문에 냉해가 발생하고 있다. 냉해의 상처는 식물의 생장 리듬을 교란한다. 점점 더 빨라져 머잖아 2월에 봄이 올 거라고 한다. 말하자면, 지금 봄꽃의 꽃말은 '혼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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