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작성자 사진움오름교회

<등> 서안나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

손바닥 하나로는 다 쓸어주지 못하는

우주처럼 넓은 내 몸 뒤편엔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눈먼 내가 살고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보지 못하는

내가 살고 있다

조회수 23회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사월

라일락꽃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