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작성자 사진움오름교회

<다시 디아스포라> 이문재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보았다.

미국에 정착한 르완다 난민 출신 여대생이

토크쇼가 끝날 무렵 말했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역사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나는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한 사람은 바꿀 수 있다고,

카메라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아직도 서울에 정착하지 못했으니

나 역시 난민이었다.

나는 내국 디아스포라였다.

서울에서 서울에 정착하지 못한 나는

종이 위에 쓴다.

한 사람을 바꿀 수 없어서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아니, 나는 나를 바꿀 수 없어서

한 사람을 바꾸지 못했다고,

그래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가 우리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하얀 종이 위에 또박또박 쓴다.

또박또박 쓴 종이를 구기며 다시 말한다.

나는 한국에 서울에 정착하고 싶었다라고,

아니, 나는 오직 나에게 정착하고 싶었다라고,

또박또박 말한다.

조회수 31회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청춘

추억의 샘

사월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