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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움오름교회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 함석헌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 이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 세상의 냄새가 들어오지 않는

은밀한 골방을 그대는 가졌는가?

그대는 님 맞으려 어디 갔던가?

네거리 에던가? 님은 티끌을 싫어해 네거리로는 아니 오시네.

그대는 님 어디다 모시려는가?

화려한 응접실엔가? 님은 손 노릇을 좋아 않아

응접실에는 아니 오시네.

님은 부끄럼이 많으신 님

남이 보는 줄 아시면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여

말씀을 아니 하신다네.

님은 시앗이 강하신 님 다른 친구 또 있는 줄 아시면

애를 태우고 또 눈물 흘려

노여워 도망을 하신다네.

님은 은밀한 곳에만 오시는 지극한 님

사람 안보는 그윽한 곳에서 귀에다 입을 대고 있는 말을 다 하시며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자 하신다네.

그대는 님이 좋아하시는 골방 어디다 차리려나?

깊은 산엔가 거친 들엔가? 껌껌한 지붕 밑엔가? 또 그렇지 않으면 지하실엔가?

님이 좋아하시는 골방 깊은 산도 아니요 거친 들도 아니요

지붕밑도 지하실도 아니요 오직 그대의 맘 은밀한 속에 있네.

그대 맘의 네 문은 밀히 닫고

세상 소리와 냄새 다 끊어버린 후 맑은 등잔 하나 가만히 밝혀만 놓면 극진하신 님의 꿈같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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