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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움오름교회

<默言의 날> 고진하

하루종일 입을 封하기로 한 날, 마당귀에 엎어져 있는 빈 항아리들을 보았다.

쌀을 넣었던 항아리, 겨를 담았던 항아리, 된장을 익히던 항아리, 술을 빚었던 항아리들. 하지만 지금은 속엣것들을 말끔히 비워내고 거꾸로 엎어져 있다. 시끄러운 세상을 향한 시위일까, 고행일까, 큰 입을 封한 채 물구나무 선 항아리들. 부글부글거리는 욕망을 비워내고도 배부른 항아리들, 침묵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른 항아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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