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진 저울질 하나는 끝내줬다 파단 마늘단, 어머니 무르팍에서 꼬인 모시꾸미도 오차 없이 달아내셨다 저울질 하나로 품삯을 벌어오던
짧은 날도 있었다 대와 눈금이 맨질맨질해진 낡은 저울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정확히 볼 수 있었던 건 그 눈금이 아니었나 싶다 내게 평을 맞추어 제 눈금을 찾아가는 일이란 아버지가 먹고살 만한 일을 찾는 것만큼 버거운 일이다
균형이란 무엇이고 치우침이란 무엇인가 그런 머리로
내 혼동의 추가 잠깐씩 흔들린다 그러나, 저울을 보는 눈보다는 치우치는 무게이고 싶다는 생각 무게를 재량하는 추보다 쏠리는 무게로 통속의 추들을 안간힘으로 버둥거리게 하고픈 그 변동 없는 무게들을 극단으로 옮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벼우나 무거우나 역동의 무게로 살라는 이젠 팽개쳐져 아무것도 가늠치 못하는 녹슨 저울에게 지청구 한토막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