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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움오름교회

<비 오는 날에> 나희덕

내 우산살이 너를 찌른다면, 미안하다.

비닐 우산이여 나의 우산은 팽팽하고 단단한 강철의 부리를 지니고 있어 비 오는 날에도 걱정이 없었거니

이제는 걱정이 된다. 빗속을 함께 걸어가면서 행여 댓살 몇 개가 엉성하게 받치고 선 네 약한 푸른 살을 찢게 될까 두렵구나

나의 단단함이 가시가 되고 나의 팽팽함이 너를 주눅들게 한다면

차라리 이 우산을 접어 두겠다.

몸이 젖으면 어떠랴 만물이 눅눅한 슬픔에 녹고 있는데

빗발이 드세기로 우리의 살끼리 부대낌만 하랴 비를 나누어 맞는 기쁨, 젖은 어깨에 손을 얹어 따뜻한 체온이 되어줄 수도 있는 이 비 오는 날에 내 손에 들린 우산이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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