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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움오름교회

“감사를 채굴하다”

집에서 나가는 내리막 시작부분이자 집으로 향하는 오르막 끝부분 협소 한 곳에 늘 주차하는 차들이 있습니다. 빌라 지하주차장에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곳에 주차를 합니다. 여름, 가을은 그냥 지나쳤는데, 미끄러운 겨울철에는 사고위험이 있어 그 자리에 구조물을 비치했습니다. 그랬더니 구조물을 쓰러뜨리고 또 다시 주차를 했습니다. 솟아나는 화를 다독이며 다음과 같은 ‘협조문’을 인쇄해 차량 유리에 붙였습니다.

-<이하 내용>-

본 도로는 주정차를 위한 용도의 길이 아닙니다. 특히 귀하께서 주차한 이곳은 오르막, 또는 내리막 도로의 협소부분입니다. 그러므로 귀하의 주차로 인해 겨울철 미끄럼 사고가 유발될 수 있으며, 다른 차량통행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지켜본 결과 귀하 뿐 아니라, 여러 대의 차량이 고정 주차가 되고 있어 귀하의 협조를 구합니다. 주변의 거주하는 사람들 및 오가는 차량들을 위한 귀하의 배려와 현명한 선택을 기대합니다.

어슴푸레한 새벽녘 밖을 내다보니 또 다시 그곳에 주차를 해 두었습니다. 더 화가 일어날 것도 같은데, 오히려 차분해 집니다. 어젯밤 자신을 돌아 보니, 주차 문제로 화가 나는게 주차 때문이 아닌 것 같다는 묵상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주변에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로 인해 꾹꾹 눌러 놓았던 감정들이 가장 연약하고 만만한 ‘주차문제’에서 터져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먼지와 돌맹이가 떨어지는 감정의 탄광에서 침잠하게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떨어져 뒹구는 감정의 돌맹이에 불을 비춰보았습니다. 불빛에 반사 되어 빛나는 것들이 돌 속에 있었습니다. 분노와 실망과 슬픔의 돌 속에 담긴 금 조각이었습니다. ‘아...’ 깨달음과 감사의 새어나옵니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 먼지나는 감정의 탄광에서 감사를 채굴합니다. 길고 긴 전염병의 동굴 속에서 겸허히 감사를 모으는 광부가 됩니다.


-소의걸음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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