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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움오름교회

101세 어머니와 68세 딸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이 짠한 잔상을 남겼습니다. 사진은 2004년 당시 광주에서 68살된 장애인 딸을 50년 째 돌보고 있는 101살의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13평짜리 작은 공간에 살고 있는 박 할머니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80여 년 전 일이었습니다. 1939년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박 할머니가 출근한 사이, 가정부가 업고 있던 네살배기 딸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머리와 목을 심하게 다쳤습니다. 할머니는 고개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딸을 들쳐 업고 용하다는 병원, 한의원, 침술원 등을 찾아 다녔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그때부터 딸은 방에 누워서 천정을 보며 사는 딸에게 글 공부를 시켰습니다. 딸의 손발 노릇을 하느라 늙을 틈도, 아플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이제 기억도 희미해 진다는 101세의 할머니는 "딸은 나한테 몸을 기대고, 나는 점차 흐릿해지고 있는 정신을 딸에게 맡기고 사는 셈이죠"라고 말했습니다.

국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정부가 매달 지급하는 얼마 되지 않지만, 할머니는 한 달에 몇 만원씩이라도 꼭 저축을 합니다. 자신이 고난의 짐을 내려놓고, 이 세상 사람이 아닐 때, 홀로 남겨질 딸을 생각해서입니다.

노모에게서 글을 배운 딸 조의순씨가 쓴 시의 한 부분이 맘에 울려왔습니다.

얄미운 행복 어느 곳에 숨었는지 저 산 넘어 숨었을까 저 바다 건너 숨었을까 저마다 너를 찾아 헤매여도 얄미운 행복은 이리저리 피해다니고...


-소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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