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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과 모소 대나무”

어린시절 고향엔 집집마다 떡시루에 콩나물을 키웠습니다. 시루 안에 콩을 넣고 물을 부은 뒤 검은 천으로 덮어두었습니다. 어머니의 명을 받아 매일매일 물을 부으며 살짝 시루 안을 엿보곤 했습니다. 얼마나 자랐는지, 얼마나 더 풍성해졌는지를. 줄줄 흘러내리는 물줄기에도 불구하고 콩나물이 어떻게 그토록 빨리 자라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그런데, 삶을 살다보니 많은 일들이 콩나물 키우기와 같지는 않음을 확인하곤 합니다. 씨앗을 심은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거나 눈에 보이는 성장이 없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영화 <와호장룡>에 나왔던 ‘모소 대나무’입니다.

모소 대나무는 중국의 동북 지역에서 자라는 ‘모죽(毛竹)’입니다. 이 대나무는 땅의 좋고 나쁨을 떠나 씨를 뿌리고 나면 4년 동안 아무리 물을 주고 가꾸어도 3cm밖에 자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5년이 되는 해에 손가락만 하던 죽순이 4월에 이르면 갑자기 하루에 30cm씩 자라 6주가 지나면 15m 이상 됩니다. 순식간에 텅 비어있던 밭이 빽빽하고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변화합니다.

모소 대나무의 성장에 의문을 품은 학자들이 땅을 파 보았더니 대나무의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내려 땅속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전혀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리며 성장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파고 단단히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하루에 30cm가량 쑥쑥 자랄 수도, 그 몸통의 무게를 견딜 수도 있었던 겁니다.

김난도 교수는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에서 모소 대나무를 들며 이렇게 권했습니다. 견디십시오. 그대는 모죽입니다. 비등점을 코앞에 둔 펄펄 끓는 물입니다. 곧 그 기다림의 값어치를 다할 순간이 올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대나무로 쑥쑥 커갈 시간이 올 것입니다.

자유로운 기체가 되어 세상을 내려다볼 시기가 올 것입니다.

울 수밖에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해도 효과가 없고, 성과도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힘내었으면 합니다. 조금만 더 견뎠으면 합니다. 이 상황과 결과를 먼저 겪었던 시편기자는 이렇게 확신과 믿음의 권면을 합니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 126:6)


-소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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