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오름교회
<전구를 갈며> 함민복
잠시 빛을 뽑고 다섯 손가락으로 어둠을 돌려
삼십 촉 전구를 육십 촉으로 갈면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예수는 더 밝게 못 박히고
십자가는 삼십 촉만큼 더 확실히 벽에 못 박힌다
시계는 더 잘 보이나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르고
의자는 그대로 선 채 앉아 있으며 침대는 더 분명하게 누워 있다 방안의 그림자는 더 색득해지고 창 밖 어둠은 삼십 촉만큼 뒤로 물러선다
도대체 삼십 촉만큼의 어둠은 어디로 갔는가 내 마음으로 스며 마음이 어두워져 풍경이 밝아져 보이는가 내 마음의 어둠도 삼십 촉 소멸되어 마음이 밝아져
풍경도 밝아져 보이는가
어둠이 빛에 쫓겨 어둠의 진영으로 도망쳤다면 빛이 어둠을 옮겨주는 발이란 말인가 십자가에 못 박혀 벽에 못 박혀 있는 깡마른 예수여
연꽃에 앉아 법당에 앉아 있을 뚱뚱한 부처여
죽음을 돌려 삶을 밝힐 수밖에 없단 말인가
잠시 다섯 손가락으로 빛을 돌려 어둠을 켜고
삼십 촉 전구를 육십 촉으로 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