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오름교회

“애야, 조심해라~”

“40년도 훨씬 더 전의 일입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을 보니, 세월도 많이 지났고, 나이도 먹었나 봅니다. ... 유년시절의 많은 시간을 외가에서 보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23살에 결혼한 동갑내기 청년부부가 아이를 키우며 가난을 경작하기란 숨이 턱턱 막혔기 때문입니다.

외가엔 6.25 당시 면장이었던 남편의 납북으로 20대에 홀로 되신 외할머니가 남의 집 밭일을 하며 방 2칸 초가에 살고 계셨습니다. 손님이 오고 친척이 오더라도 모두 단칸방처럼 사는 그 집의 다른 방은 외할머니의 남동생의 약방이었습니다. 당시 그곳의 면장이었던 외할머니의 남동생은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들을 위해 약을 지어주곤 했습니다. 특별히 간 질환을 잘 고치는 한의사였기에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면장일과 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받고 조제해 주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외가가 그렇게 줄곧 가난과 친하게 지냈을 리 없습니다. 아직 기억에 선명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몰래 약방에 들어가 달달한 약재를 빼먹던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할아버지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는 면소재지 이 마을, 저 마을을 다니던 기억입니다. 푸근했던 그 등이 그리운 것은 아마도 나의 등이 그만치 되지 못하고 있음 때문일 겁니다.

삶을 살다 문득 할아버지의 등만큼이나 그분의 마지막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것은 가장 잘하는 것에 가장 큰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그러고 보니, 많은 전문가들이 자신이 잘 하는 일 속에서 어려움과 낭패를 당합니다. 소방 전문가 는 불로 인해 위험에 빠집니다. 형사들은 범죄자를 잡는 일속에서 숫한 어려움들을 만납니다. 의료인들은 환자를 치료하는 일로 인해 감염의 위험에 늘 노출됩니다.

이렇듯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그 일에 늘 위험을 안고 삽니다. 제게 목공을 가르쳐 주기로 약속했던 선배는 언론에 이름이 나기도 했던 이름난 목공 선생님이었습니다. 목공실에서 늘 안전을 강조하던 그분이 어느 날 한 손에 두터운 깁스를 하고 나타났습니다. 순간 목공기계에 손가락을 다쳤기 때문입니다. 학생시절 상담학을 잘 가르치던 온화한 교수님은 얼마 전 뉴스에 등장했습니다. 이제는 대학원장이 되고, 학장이 된 그분이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학생에게 행한 불손한 일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언론을 온통 시끄럽게 하고 있는 일들도 가만 들여다 보면, 평소 자기들이 잘하던 일 때문에 겪는 일 아니던가요?

그래서 성경은 '선줄로 생각한 사람은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고 경고합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잘 하는 일에 조심해라”는 말입니다. 누구나 자신할 수 없는 삶입니다. 문득 집을 나설 때 할머니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애야, 물 조심해라. 애야, 차 조심해라~”


-소의걸음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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