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오름교회

사순절 20일 움오름 묵상

2019년 4월 3일 업데이트됨


묵상의 말씀
  • 눅 10:41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 눅 10:42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상징주의 운동을 이끈 프랑스의 화가 모리스 드니(Maurice Denis, 1870 – 1943)의 작품 중에 <마리아와 마르다 Marthe et Marie>가 있습니다. 작품 안에는 세 사람(예수님, 마르다, 마리아)이 등장하는데, 세 사람은 작품의 전면을 조금 벗어나 있습니다.


때는 이른 봄, 아직 찬 기운이 서려있는 듯한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평온하고 고요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신기한 것은 작품 안의 세 사람은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시선의 무위함이 엿보입니다. 오히려 바라보고 있지 않기에 더 깊이 응시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주님은 유리잔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보입니다. 유일하게 예수님 앞에만 놓여있는 그 잔은 하나님이 주신 고난의 쓴잔을 의미하는듯 보입니다. 작품을 휘감고 있는 무거움 속에서도 가볍게 펼쳐진 손은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은 채 자신을 내어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리아는 고개를 숙인 채 예수님의 말씀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조금 전 하신 말씀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녀의 교차된 손은 복잡함과 다짐 같은 것이 읽혀 집니다.


성경 속에서 마르다는 마음이 분주한 사람으로 묘사되지만, 그림 속 마르다는 평온하고 고요한 모습입니다. 어찌보면, “마르다야,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는 예수님의 말씀 뒤에 찾은 평온과 고요 같기도 합니다.


마르다가 든 접시에는 당시 원죄를 상기시키던 사과와 그리스도의 대속을 의미하는 포도가 담겨 있습니다. 그녀가 입은 검은색 옷은 마치 상복을 의미하는 듯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다가올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을 미리 애도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애도는 부활의 약속을 믿기에 다가올 죽음을 겸허히 수용이기도 합니다.


삶은 태어남으로 시작해서 수많은 것들로 이루어져 가는 것 같지만, 결국 죽음 앞에 서는 지극히 단순한 형태가 됩니다. 다가올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 그리고 이어지는 부활은 이 단순한 인간의 일생(처음과 끝)을 단순하지만, 허무하지 않게 색칠합니다. 전면 주인공들 보다 더 선명한 후면의 배경처럼 이 땅에서의 삶에 연이어 시작될 하나님 나라를 바라게 합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향해 질주하는 우리의 걸음을 멈추어 조용히 주님 안으신 그 식탁에 머물게 합니다.


이 일, 저 일로 분주하고, 속상한 일이 많은 우리를 향해 조용히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사순절 아침, 모리스 드니의 <마르다와 마리아>의 그림을 보며, 식탁 한켠에 간이식 의자를 놓고서라도 가만히 앉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분주한 하루를 지내며, 염려와 근심이 올라올 때, 이 식탁 옆에 잠시 앉아 평온과 힘을 얻으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권면드립니다.


오늘도 빛나는 하루 보내시길~~~




소의 걸음



예배 시간:

일요일: 11:30am - 1:00pm

logo_color.png

©2019 by 움오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