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오름교회

“미용실과 거미줄”

몇 해를 다녔던 동네 미용실 ᄋᄋ클럽이 문을 닫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 다른 미용실들은 여전히 영업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유는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부 CCTV를 통해 수시로 직원들의 근태를 지적할 뿐, 밀려드는 손님들의 머리를 손질하느라 매번 점심은 건너뛰기 하던 직원들에 대한 처우는 뒷전이었던 점장의 행위가 한 몫 했지 않을까요?

여기저기 미용실을 기웃거리다 4명의 미용사들이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을 정해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제는 그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는 3번째 날이었습니다. 미용좌석에 앉아 옆사람의 파마손질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벽면 머리 위를 올려다 보았습니다. 미용실의 이름이 디자인 된 아트월(Art Wall)에 거미줄과 먼지가 하얗게 끼어 있었습니다.

순간 홍대 앞에서 맛집을 일구었던 지인과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나: “ᄋᄋ 피짜리아의 피자와 스파게티가 엄청 맛있었잖아! 강남에서도 그런 맛만 나기가 쉽지 않아. 근데 이해가 안돼! 그런 ᄋᄋ 피짜리아가 왜 문을 닫았는지?” -그: “그게 음식점이 더러워서 그래요!” -나: “아니, 그렇다 치더라도 그것하고 장사가 안돼서 문 닫은 것하고 무슨 상관?” -그: “청소 하나를 제대로 안하는데, 음식을 제대로 만들겠어요?” -나: “아...”

그의 말을 들으며 더 이상 할 말을 잃었습니다. 청소는 본질에서 벗어난 비본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소한 비본질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본질을 대하는 자세가 묻어 있습니다. 1999년도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담임이었던 임ᄋ ᄋ 목사님께서 소리높여 선배목사들을 혼내고 계셨습니다. 평소 큰 소리 한번 내지 않던 분이어서 그 모습이 엄청 충격이었습니다. 혼내시는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사무실에 화초 하나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영혼을 살린다고 하십니까?”

“아유! 설교만 잘 하면 되지! 성경만 잘 가르치면 되지! 그것 화초 하나 가지고 그래?”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묻고 싶습니다. “설교를 잘 하고, 성경을 잘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이지요?” 삶(Ethos)이 빠진 말과 글(Logos)와 열정(Pathos)가 언제까지 가던가요?

누군가는 머리만 잘 깎으면 되지! 거미줄 좀. 있다고 왜 그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근데, 그제 그런 생각을 해서 더 그런지머리 손질하는 내내 바리깡은 계속 머리를 퉁퉁 치는 것 같았습니다. 미용사의 빗질은 머리카락을 잡아 뽑는 것 같았습니다. 물온도가 적당한지 묻지도 않고 뜨거운 물로 머리를 감기는 것이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아무 말없이 미용실을 나오며 생각했습니다. ‘다른 미용실 찾아봐야겠네...’

해가 지고, 고요함이 내려앉던 저녁, 하루를 되돌아보다 미용실 속에 교회를 보았습니다. 잔뜩 기대를 하고 왔다 실망하고 떠난 사람들의 뒷모습이 슬펐습니다. 부족해서 죄송했고, 채워드리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아쉬움과 자책 속에 문득 피천득의 수필 <인연>의 마지막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오는 주말에는 춘천에 갔다 오려 한다. 소양강 가을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


-소의걸음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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