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오름교회

“무엇을 내어주고 있습니까?”

군인들이 무력으로 권력을 찬탈한 미얀마 사태가 진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무차별 총격으로 숨진 시민의 수가 3월 25일 까지 32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군경의 시신 유기와 행방불명된 시민의 수가 적지 않아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충격적인 것은 기관총을 난사하여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살하고, 동족을 짐승 부리듯 조롱하는 군경의 태도입니다. 더구나 수많은 사상자가 속출하는 때에 최고사령관의 아들이 호화 리조트에서 파티를 열었다는 소식은 입조차 다물지 못하게 합니다.

세 손가락을 펴들고 죽기를 각오한 채 시위현장으로 나가는 시민들의 절박함은 마치 구도자의 모습마냥 숙연해 지기까지 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시대의 변화를 요구하는 미얀마인들의 모습 속엔 과거 우리의 모습이 보입니다. 광주 항쟁의 결과처럼 미얀마에도 민주주의가 되찾아지기를 구합니다. 무분별적이고 무차별적인 진압과 사살명령을 내린 독재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기를 바랍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사 2:4) 평화의 날이 속히 도래하기를 빕니다.

이런 희망은 지난 3월 8일(현지 시간) 미얀마의 한 거리에서 “제발 쏘지 마세요”라며 무릎을 꿇은 한 수녀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수녀의 이름은 안 로사 누 타웅. 헬멧과 조끼, 곤봉으로 무장한 진압 경찰 여섯 명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수녀의 모습은 마치 어머니의 모습 같았습니다. 십자가 위에 달리신 그분의 모습을 연상케 했습니다.

무릎 끓은 타웅수녀 뒤로 수많은 시위자들이 숨었습니다. 경찰들도 무릎 꿇은 수녀 앞에 같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신앙은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쪽을 지키기 위해, 저쪽도 되돌리기 위해 자신을 내놓는 사랑, 이런 사랑이 진짜 그리스도인의 사랑 아닐까요?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종려주일을 앞두고 그 사랑을 담으며 스스로에게 물어 봅니다. “나는 무엇을 내어주고 있습니까?”


-소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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