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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에게 부침> 권대웅




언제나 지쳐서 돌아오면 가을이었다.

세상은 여름 내내 나를 물에 빠뜨리다가

그냥 아무 정거장에나 툭 던져 놓고 저 혼자 훌쩍 떠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고개를 들고 바라보면 나를 보고 빨갛게 웃던 맨드라미 그래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었다. 단지 붉은 잇몸 미소만으로도 다 안다는 그 침묵의 그늘 아래며칠쯤 푹 잠들고 싶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쓸며 일어서는 길에 빈혈이 일어날 만큼 파란 하늘은 너무 멀리 있고

세월은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 변방의 길 휘어진 저쪽 물끄러미 바라보면

오랜 여행에서 돌아와 문을 여는 텅 빈 방처럼

후두둑 묻어나는 낯설고도 익숙한 고독에 울컥 눈물나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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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시간:

일요일: 11:30am - 1: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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