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오름교회

“늦어도 괜찮아요”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오전 9시 수업에 매 시간마다 늦게 강의실에 들어오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냥 5분, 10분 늦는다면 그건 애교일 정도입니다. 2시간 수업에 1시간을 늦게 오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때론 2교시가 다 끝날 무렵 강의실 뒷문을 열고 들어와 맨 뒷자리에 앉을 정도였습니다.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의 후 주의와 더불어 당부했습니다.


“이건 지각이 아니고, 거의 결석수준입니다. 이러면 다음엔 결석처리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발 시간 좀 지켜 주세요”


몇 번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학생은 여전히 늦었습니다. 순간 화가 났습니다. ‘아니, 뭐 이런 학생이 다 있어?’ ‘내 말이그렇게 우습게 들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늦게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으며 강의실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괘씸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번엔 아주 따끔한 말로 혼을 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결석표시된 지각학생들이 나와서 출석부를 수정할 때 그 학생에게 가지 말고 남아 있으라고 했습니다. 모든 학생이 나간 강의실에서 그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이 수업이 맘에 안듭니까? 교양필수라서 어쩔 수 없이 듣는 거라면 제게 이야기하세요~ 그럼, 다른 클래스 교수님에게 옮겨드릴게요.”


학생은 그런게 아니라며 계속 제 강의를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학생의 이 말이 저를 더 황당하게 만들었습니다.


나: “아니, 그럼 늦지 말아야지. 해도 너무 하잖아요! 이건 지각이 아니라, 거의 결석과 같아요! 혹시 집이 멉니까?”

학생: “아니요. ᄋᄋ입니다.”

나: “아니! 더 황당하네요. 학교에서 10분, 20분 거리잖아요. 근데도 왜 늦습니까? 도대체 이유가 뭡니까? 들어나 봅시다.”

학생: “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 후 밤에 편의점에서 일하고 오다보니 늦었습니다.”

나: “어머니가 안 계시면, 집에 아버지나 다른 식구들이 없습니까? 본인이 학비나 등록금을 다 해결하는 겁니까?”

학생: “아니요. 아버지와 중학생 동생이 있는데, 어머니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일도 안하고 집에서 술만 드시고 계십니다. 그래서 제가 일해야 합니다.”

나: “혹시 어머니께서 오래 투병생활하다 돌아가셨나요?” 학생: “아니요...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얼굴은 화끈거렸습니다. 미안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해서 미안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는 학생 앞에서 저도 울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늦지 마라! 다른 반 가라!’라고 말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힘들었을텐데도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잘 견뎌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늦어도 괜찮습니다. 지금처럼 포기만 하지 말아 주세요. 혹이나 저나 학교 차원에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주세요. 제가 힘 닿는대로 도와 드릴게요. 정말 미안합니다.


-소의걸음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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