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오름교회

“거룩을 굽다”

세찬 소나기가 빠른 템포로 차 유리로 내려앉던 화요일 오후 파주(적성)에 위치한 신동하 작가의 도자기 공방을 찾았습니다. 함께 방문하기로 약속했던 송영윤 목사(포천중리교회)는 체게바라의 <모토사이클 다이어리>를 연상케 하는 바이크를 타고 나타났습니다. 신학교 시절에도 늘 가죽잠바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던 그 낭만스런 모습이 여전했습니다. 은근 바이크를 사서 같이 바람과 햇살을 머금으며 달리고 싶지만, Seattle에서 자전거 사고로 911에 실려간 이후 아내는 꿈도 꾸지 말라 하니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봤습니다.

둘이 부근에서 된장찌개와 도가니탕으로 점심을 한 뒤 하천다리 옆에 겸손하게 자리한 신작가님의 공방을 두드렸습니다. 얼굴을 보기도 전에 반갑게 ‘라 음’으로 환영해 주시는 목소리에 일단 마음을 무장해제하고 들어갔습니다. 공방 안에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그 위 안면과 눈빛이 온화와 선함으로 가득한 신작가님 부부가 반갑게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2020년부터 신작가님의 도자 성찬기로 매월 첫째 주일 성찬식을 했기에 (covid-19로 하지 못하는 달도 있었지만), 공방의 모습이 무척 궁금했기에 허락을 받아 여기저기를 둘러 보았습니다. 뒷편에 길이 나고 다리가 생기면서 집의 일부분이 귀속되어 가스가마도 없어지고 공간이 많이 축소되었지만, 작가님의 작업실은 여전히 예술가의 혼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 공방의 공간 중에 제 마음을 가장 끄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공방 오른편 잇닿은 방에 위치한 전시실이었습니다. 아니 전시실이라기 보다는 그곳은 특별한 성소였습니다. 전면 벽을 수놓으며 달려 있는 십자가는 고난의 신앙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이상의 것들이었습니다.

오른쪽 창을 통해 침투해 오는 빛은 카라바조와 렘브란트의 작품이 현실화된 테네브리즘의 처소였습니다. 마치 나사렛 동네 한켠에 자리해 있던 요셉의 아들로 오셨던 그분의 작업장 같은 곳이었습니다. 돌을 다듬고 나무를 다듬듯 흙으로 빚고, 불로 구워내는 토기장이 아버지의 거룩이 머무는 현실의 터였습니다.

잠시 그곳에 머물렀지만, 여운이 가시지 않습니다. 북쪽 동네가 가까운 고요한 마을에서 오늘도 흙으로 거룩을 굽는 분들의 흙 묻은 손이 떠오릅니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빚고, 무엇을 구었습니까? 우리 사는 공간의 한켠엔 무엇으로 채워져 있습니까?


-소의걸음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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