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오름교회

“정해지지 않은 길을 나서다”

‘결산의 달’이라는 차가운 12월을 앞두고 길을 나섭니다. 정리하는 시간이라는데, 되려 펼칩니다.그러고 싶어 그러는 것이 아니라,어쩔 수 없는 상황이 이끄는 부르심 때문입니다. 지난 5년 동안 머물던 처소를 이번 주일을 끝으로 떠납니다. 갈 곳은 정하지 못했습니다. 안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지난 몇 달 동안 찾고 찾았는데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5년 동안 잘 알고 지내는 부동산 관계자가 “99.9% 된 상태입니다.”라고 확신했는데도 0.1%가 99.9%를 덮으니 이걸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적어도 이 정도면 다른 힘이 작동하고 있는 게 분명하기에 고개를 들어 그분의 뜻을 구합니다.
 

이를 지켜보던 친구가 안쓰러웠는지 자기를 ‘보험’이라 생각하라며 자기네 교회에서 눈비를 피해가라 합니다. 그 넉넉함에 감사함도 잠시, 12월 첫째 주일 설교의 짐을 준 채 미국으로 잠시 떠났습니다. 오는 주일 교우들과 함께 친구가 없는 친구교회에서 그곳 교우들과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이 상황으로 이끄시는 그분께서 그 속에서 무엇을 말씀하실지 ‘세미한 음성’에 귀 기울이려 합니다.
 

차가운 12월, 길을 떠납니다. 한 해를 잘 채웠다는 생각보다는 비어있다는 부끄러움이 앞서는 계절에 길을 나섭니다. 머물 곳이 없어 이 집, 저 집의 문을 두드리시던 첫 성탄날의 간절함이 전해 옵니다. “전두엽으로 알던 고통을 이제는 척추로 느낀다”는 노학자의 고백처럼 피부로, 경험으로 알아갑니다.
 

“괜찮다, 괜찮다”며 초조함과 조급함의 등을 토닥여 봅니다. 정해지지 않았기에 되려 기대하며, 내디딘 왼발 앞에 오른 발을 앞세웁니다. 농경문화가 아니라, 유목문화를 살겠다던 기억을 소환하며, 스스로를 이렇게 불러 봅니다. “노마드 교회”.

-소의걸음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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