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오름교회

<저울에게 듣다> 문동만

아버진 저울질 하나는 끝내줬다
 
파단 마늘단, 어머니 무르팍에서 꼬인 모시꾸미도
 
오차 없이 달아내셨다 저울질 하나로 품삯을 벌어오던

짧은 날도 있었다 대와 눈금이 맨질맨질해진 낡은 저울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정확히 볼 수 있었던 건
 
그 눈금이 아니었나 싶다
 
내게 평을 맞추어 제 눈금을 찾아가는 일이란
 
아버지가 먹고살 만한 일을 찾는 것만큼 버거운 일이다

균형이란 무엇이고 치우침이란 무엇인가 그런 머리로

내 혼동의 추가 잠깐씩 흔들린다
 
그러나, 저울을 보는 눈보다는
 
치우치는 무게이고 싶다는 생각
 
무게를 재량하는 추보다 쏠리는 무게로
 
통속의 추들을 안간힘으로 버둥거리게 하고픈
 
그 변동 없는 무게들을 극단으로
 
옮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벼우나 무거우나 역동의 무게로 살라는
 
이젠 팽개쳐져 아무것도
 
가늠치 못하는 녹슨 저울에게
 
지청구 한토막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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