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오름교회

<장마> 강해림

복지교회 옥상 위에서 예수가 비를 맞고 서 있다. 첨탑 십자가를 향해 빗줄기가 심문하듯 창끝, 꽂힌다. 시멘트 바닥 널브러진 검은 비닐봉지와 널빤지 조각들 퉁퉁 불은 기억의 한쪽 끝을 움켜쥔 채 빗물 토해내고 있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멀어, 꿈과 현실을 사선으로 이어주던 양철계단이 삐걱거리며 무거워진다. 빗소리에 지붕과 지붕, 번지와 번지 사이 구원이라 믿었던 길들 경계가 실려가고 삶의 찌꺼기가 홈통을 타고 흘러내린다.


 
세상을 온통 붉은 녹물로 뒤섞어놓으며 범람하는 시간의 하수도는 만원이다. 밤새 중얼거리던 주기도문이 떠내려가고 누추와 생활의 무게로 달그락거리던 세간살이가 떠내려간다.


 
며칠째, 옥상 안테나는 복음 대신 빗소리를 송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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