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오름교회

“이만한 세상, 살만한 세상”

지난 3월 23일, 길이 400m, 폭 59m에 무게 22만4천 톤에 달하는 에버 기븐호(Ever Given)가 수에즈 운하를 가로 막는 사고가 발생 했습니다. 통행이 재개되기까지 7일 동안 수많은 선박들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며 기다렸습니다. 어떤 선박들은 남아공의 희망봉을 돌아 먼 항로를 우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심각했던 상황 속에서 세계인들을 웃음짓게 했던 한 장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그건 축구장 3배 크기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옆에서 열심히 흙을 파고 있던 굴삭기의 모습이었습니다. 이것이 웃음을 넘어 조롱이 되었던 것은 '운하 복구를 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수에즈 운하 측의 발표와는 맞지 않는 빈약한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거대한 에버 기븐호 아래에서 홀로 초라한 작업을 했던 굴삭기 기사는 28세 압둘라 압둘 가와드(Abdullah Abdul-Ghawad)였습니다. 수에즈 운하가 막혔다는 기사를 보자마자 굴삭기를 몰고 현장으로 왔던 압둘라가 조롱거리가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빨리 현장에 도착해서 일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6일 동안 하루에 3시간만 자고 무려 21시간 씩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왜 그토록 피곤을 무릅쓰고 일했는지를 묻자 압둘라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자신이 일하던 사진이 희화화 되어 전세계적으로 놀림감이 되었지만, 자신은 그걸 해낼 수 있다는 걸 반드시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렇게 비웃음을 무릅쓰고 밤을 새워 일해 끝내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압둘라 같은 사람이 있기에 이만한 세상이지 않을까요? 나아가 봐주는 이 없어도, 알아주는 이 없어도 “하늘이 알고, 내가 알면 된다”며 묵묵히 한 길 가는 사람들로 인해 살만한 세상이지 않을까요?

-소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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