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오름교회

비누로 만든 교회

- 최승호

비누로 만든 교회가 있었다.

사람들은 거기서 비누 거품을 일으키며 죄의 때를 씻을 수 있었고, 난장이처럼 키 작은 성자들은 기꺼이 남의 때를 밀어주면서 비누처럼 점점 녹아갔지만 그 궂은 일을 기뻐했다.

교회는 갈수록 닳아 작아졌고 나중에는 죄와 함께 사라졌다.

교회를 돌로 지은 뒤로부터는 죄의 때를 씻으러 가도 온 몸이 쓰라리기만 했다.

키 큰 성직자들은 근엄했다.

그들은 돌로 지은 교회에 석상들처럼 서 있었다.

갈수록 돌의 교회는 기암괴석들처럼 불어났고 나중에는 폐허가 된 공중 목욕탕처럼 관광객들이 찾는 텅빈 명소가 되었다.

후에 사람들이 말하였다.

비누로 만든 교회의 시절에는 성자들이 있었으나

돌의 교회에는

성직자들만이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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