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오름교회

<나무의 시> 류시화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 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해질녘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에 날아와 앉는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


 
네가 외로울 때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너의 나무가 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해질녘 너의 그림자가 그 나무에 가 닿을 때

넌 비로소 나무에 대해 말해야지
 
그러나 언제나 삶에 대해 말해야지
 
그 어떤 것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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