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오름교회

“꿩 몰이의 기억”

늦은 가을날 오후였습니다.
 
“야! 꿩이다!”
 
누군가의 이 한마디에 야산에서 훈련 중이던 20여명의 군인들이 일제히 모여들었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꿩은 날지를 못한 채 뛰기 시작했습니다. 꿩의 걸음만큼이나 날쌘 군인들이 포위망을 좁혀 갔습니다.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꿩은 부근에 있던 가시덤불 속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가시덤불을 애워 싼 군인들은 마치 지뢰를 탐침하듯 수색하며 원을 좁혀 갔습니다. 모두가 가시덤불 속 한 지점에 모였습니다. 아, 근데, 꿩이 없습니다. 분명 날아간 것도 아니고, 그 덤불 속에 들어갔는데, 없었습니다. 소대장의 지시에 다시 역수색을 실시했습니다. 그때 “여기 있습니다!”라는 외침이 들려 왔습니다. 몰려든 군인들이 “어디? 어디?”라며 보는데도 꿩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꿩을 발견했던 군인이 가리키는 바닥을 보니 늦가을 수풀색을 띈 꿩이 머리를 숨긴 채 엎드려 있었습니다. 참 애잔했습니다. 살려주자는 말이 목에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침을 삼키는 주변 사내들의 소리에 그 말은 소리가 되지 못한 채 침묵이 되었습니다.


 
그날 일이 좀 충격이었습니다. 벗어나 살 수 있는 ‘날개’라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왜 꿩은 날지를 않고 발로 달리다가 잡혔을까요? 알아보니, 그게 꿩의 습성이었습니다. 생물의 동일 종 내에서 공통되는 선천적인 행동 양식이 습성인데, 겁이 많아 잘 놀라 숨으려는게 꿩의 습성이었습니다. 게다가 정말 놀라면 날지 못하고 그냥 닭처럼 주저앉아 움크리는 습성도 있었습니다.


 
날지 못하고 뛰다가 주저앉고, 엎드린 꿩의 습성은 오랫토록 ‘인간’이 라는 동일 종 내에서 드러나는 공통적인 행동들을 돌아보게 합니다. 너무나 오랫토록 되풀이 해 와서 몸에 익어 고정된 양식, 그래서 선천적이라고 불리기까지 하는 습성을 어떻게 하면, 이기고, 극복해 갈 수 있을지는 오랜 구도의 주제였습니다.


 
근데, 어쩌면 학습에 의해 후천적으로 획득되어 되풀이 하는 것이 선천적인 것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습관’이라고 불리는 그 훈련이 너무나 고착된 ‘습성’을 갈아 업을 수 있지 않을까요? 머리가 아니라, 생각이 아니라, 몸의 근육이 기억해 반응하는 길들여진 양식, 그 습관을 위해 오늘 새벽에도 한 명의 나는 채찍을 들고, 다른 한 명의 나는 등을 구부립니다.

-소의걸음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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