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오름교회

<견디다> 천양희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황새와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는 낙타와
 
일생에 단 한 번 울다 죽는 가시나무새와
 
백년에 단 한 번 피우는 용설란과
 
한 꽃대에 삼천 송이 꽃을 피우다
 
하루 만에 죽는 호텔펠리니아 꽃과
 
물 속에서 천 일을 견디다 스물다섯 번 허물 벗고

성충이 된 뒤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와
 
울지 않는 흰띠거품벌레에게
 
나는 말하네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

그러나 누가 그토록 견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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