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오름교회
-시: 안도현
한 번은 만났고
그 언제 어느 길목에서 만날 듯한
내 사랑을
그대라고 부른다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홀연히 떠나는 강물을
들녘에도 앉지 못하고 떠다니는 눈송이를
고향 등진 잡놈을 용서하는 밤 불빛을
찬물 먹으며 바라보는 새벽 거리를
그대라고 부른다
지금은 반쪼가리 땅
나의 별 나의 조국을
그대라고 부른다
이 세상을 이루는
보잘것없어 소중한 모든 이름들을
입 맞추며 쓰러지고 싶은
나 자신까지를
그대라고 부른다
그대라고 부르던 이가 지인이 되고,
(함께 하지 못한 채 멀리 바라만 보던 그대...)
지인이라던 이가 친구가 됩니다.
그리고...
친구라 하던 이가 가족이 됩니다.
마침내!!!
남과 북이 그러한 길을 걷고 있고,
북과 미(USA)가 그 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앙 안에 만나 그대였던 우리가
지인이 되고,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어 갑니다.
생명이 움트는 언덕, 움오름이라는
나으막한 언덕에서...
함께 한 오월의 마지막 주일이 따사로왔습니다.
함께여서 감사했고, 함께여서 행복합니다.